최근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2024년 7월 말부터 가격이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해 8월 초에는 연고점인 €40.1/MWh를 기록했다.
이후 가격은 €35~40/MWh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노르웨이 가스전 유지보수, 그리고 겨울철 기상 변수와 같은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한 결과이다.
이번 글에서는 유럽 천연가스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들과 향후 전망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룰 것이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 급등 현황
유럽 천연가스 가격 (네덜란드 TTF 선도가격 기준)은 7월말부터 가파르게 상승하며 8월초 연고점(8.8일 €40.1/MWh)을 기록한 이후 €35~40/MWh 사이에서 등락하고 있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2월 하순 충분한 재고, 온난한 겨울 날씨 등으로 연저점을 기록한 이후 노르웨이 가스전 및 미국ㆍ호주 LNG 시설의 예기치 못한 가동중단 등으로 5월까지 점진적으로 상승했다.
6~7월 중에는 €30~35 사이에서 안정적인 박스권 움직임을 보였으나 8월 들어 10거래일 만에 30% 가까이 오르는 등 가파른 상승세 시현했다.
유럽 천연가스의 8월 월평균 가격은 €38.3으로 상승하며 전월 대비 +18%(연중 최대 상승폭) 상승을 보였다.
9월(~10일) 평균 가격은 €36.6로 소폭 하락했으나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아시아 LNG 가격도 2월 하순 연저점을 기록한 이후 상승세를 보이며 8월 중순 연고점을 기록하는 등 유럽 천연 가스 가격과 유사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 급등 배경
유럽 천연가스 가격 급등의 주요 배경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갈등, 노르웨이 가스전 정기 유지보수, 그리고 글로벌 LNG 시장의 경쟁 심화가 있다.
러시아산 가스 공급 중단 가능성이 커지면서 중부 유럽 국가들은 에너지 공급 위기에 직면할 위험이 있으며, 노르웨이 가스전 유지보수로 인해 유럽으로의 가스 공급은 일시적으로 감소했다.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 가스 저장시설의 이용률 감소는 겨울철 가스 비축량 부족에 대한 우려를 증대시키고 있다.
더불어, 겨울철 혹한이 예상되며 난방 수요 증가로 가격 급등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LNG 수요는 특히 아시아와 남미에서 급증하고 있어, 유럽은 LNG 확보 경쟁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이는 전반적인 에너지 시장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과 천연가스 공급 중단 리스크
가장 큰 우려는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의 중단 가능성이다.
우크라이나는 자국을 통과하는 러시아산 가스 수송 협정을 2024년 말에 종료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유럽으로의 러시아산 가스 공급이 차단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는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여 우크라이나 서부 지역의 주요 가스 인프라를 공격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 공급망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의 협상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여러 차례 밝히며, 러시아산 가스 수송 중단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로 인해 중부 유럽 국가들, 특히 오스트리아, 헝가리, 슬로바키아는 심각한 에너지 공급 차질을 겪을 수 있다.
현재 러시아는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을 일부 유지하고 있지만, 지정학적 갈등이 지속되면서 공급 중단 가능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이 길어질수록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공격이 더 빈번해질 가능성이 크며, 이는 유럽 전체 에너지 시장에 큰 불안감을 주고 있다.
노르웨이 가스전 유지보수: 유럽 천연가스 가격 상승 주요 요인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낮아지면서, 노르웨이는 유럽 천연가스 공급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었다.
그러나 2024년에는 노르웨이 가스전의 정기 유지보수로 인해 공급이 크게 감소하고 있으며, 이는 유럽 천연가스 시장에 상당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노르웨이의 가스 공급량은 연중 최저 수준으로 축소되었으며, 8월 다섯째 주의 공급량은 연평균 대비 3억 입방미터 이상 감소했다.
노르웨이는 유럽 천연가스 시장에서 안정적인 공급원으로 인식되었지만, 유지보수가 길어지면 공급 차질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에도 노르웨이 가스전의 유지보수가 예상보다 지연된 사례가 여러 차례 있었으며, 복잡한 설비 구조와 북해의 혹독한 작업 환경 때문에 유지보수 작업이 예상보다 더 오래 걸릴 수 있다.
2023년에도 Sleipner 허브의 예기치 않은 중단으로 유럽 천연가스 가격이 하루 만에 10% 급등하는 사례가 발생한 바 있다.
유럽 가스 시장은 현재 노르웨이에 크게 의존하고 있지만, 이번 유지보수가 예상보다 길어지거나 추가적인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 유럽의 에너지 공급망은 더욱 큰 불안에 직면할 것이다.
특히 이번 유지보수는 2024년 가을과 겨울철 수요가 최고조에 이를 때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며, 이로 인해 천연가스 가격은 더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노르웨이는 에너지 수출국으로서 유럽 외 국가들에도 천연가스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유럽 내에서의 공급 축소는 글로벌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크라이나 가스 저장시설 리스크와 겨울철 비축 부족 문제
우크라이나 가스 저장시설은 유럽 천연가스 비축 능력의 약 10%를 차지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2023년에는 러시아의 공격과 전쟁으로 인해 우크라이나의 가스 저장시설 이용이 크게 줄어들었다.
유럽 에너지 기업들이 우크라이나 저장시설에 주입한 가스량은 전년 대비 1/10 수준으로 감소했으며, 이는 겨울철 가스 비축이 부족할 가능성을 크게 높이고 있다.
러시아의 공격은 우크라이나 저장시설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면서 가스 저장시설에 대한 물리적 위협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 결과, 우크라이나의 가스 저장시설에 대한 보험료가 상승했고, 이는 유럽 기업들이 이 시설을 사용하는 데 있어 비용적 부담을 크게 증가시켰다.
보험료와 보관 비용의 급등은 결국 기업들이 우크라이나 저장시설을 덜 이용하게 만들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비축량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겨울철 혹한 발생 시 유럽 전역의 천연가스 수요가 급증할 수 있는데, 만약 우크라이나 저장고의 비축이 충분하지 않다면, 천연가스 가격은 더욱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
우크라이나 저장시설은 돌발적인 공급 차질에 대비한 비축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어, 이 시설의 이용 감소는 유럽 전체 천연가스 공급망의 안전성에 큰 위협이 된다.
겨울철 수요 증가와 기후 변수의 영향
겨울철은 유럽 천연가스 수요가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는 시기이며, 특히 기후 변화에 따라 천연가스 가격 변동성이 급격히 증가한다.
2024~2025년 겨울철에는 기온 하락 가능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데, 이는 주로 라니냐 현상의 영향 때문이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라니냐가 2024년 10월부터 시작해 내년 2월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로 인해 유럽의 겨울철 기온이 평년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온이 크게 떨어질 경우, 난방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으며, 이는 천연가스 수요의 급격한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
라니냐 현상 외에도 극지방 제트기류(Polar Jet Stream)와 같은 기후 변수들이 겨울철 기온에 영향을 미친다.
극지방의 기온이 낮아지면서 제트기류가 북반구 중위도 지역으로 확장되면 유럽에 더 많은 찬 공기가 유입되어 혹한을 유발할 수 있다.
이러한 기상 현상들은 모두 유럽의 천연가스 수급에 큰 영향을 미치며, 만약 기온이 예상보다 크게 하락할 경우, 천연가스 가격은 더 큰 폭으로 상승할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전문가들은 기온 하락이 극심할 경우 천연가스 가격이 €60~80/MWh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더불어, 유럽 각국은 최근 몇 년간 온난한 겨울을 겪으면서 천연가스 비축량에 대한 위기감을 다소 완화했지만, 혹한이 발생할 경우 이러한 안일함은 큰 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
유럽의 대부분의 국가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로 천연가스 도입선을 다변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비축량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만약 비축량이 충분하지 않거나 기후가 예상보다 심각하게 변화한다면, 유럽은 심각한 에너지 부족을 겪을 수 있다.
글로벌 LNG 시장 경쟁과 유럽의 상황
러시아산 가스 공급이 점차 줄어들면서, 유럽은 LNG(액화천연가스) 수입에 점점 더 의존하게 되었다.
하지만 글로벌 LNG 시장도 유럽에게 유리한 상황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LNG 수요가 급증하면서, 아시아, 남미 등 다양한 지역에서 LNG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으며, 이는 유럽이 LNG를 수입하는 데 더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은 최근 몇 년간 LNG 수입량을 대폭 늘렸고, 특히 중국과 인도는 향후 몇 년간 LNG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은 아시아와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LNG 확보 전략을 다변화하고 있지만, 공급 측면에서도 어려움이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의 LNG 산업 확장이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과 환경 단체와의 법적 충돌로 인해 지연되고 있다.
미국 LNG 공급의 중단 또는 지연은 유럽의 LNG 수입 계획에 차질을 빚게 만들 수 있다.
또한, 이집트와 알제리 등 다른 천연가스 생산국들도 정치적 불안정성과 생산량 감소로 인해 유럽에 충분한 LNG를 제공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유럽이 LNG 확보 경쟁에서 불리해질 경우, 천연가스 가격은 더욱 급격히 상승할 수 있다.
글로벌 LNG 공급 확충이 예상보다 지연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2025년 이후에도 LNG 시장의 긴장이 지속될 가능성을 높인다.
LNG 공급에 의존하는 유럽 국가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며, 이는 결국 소비자들에게 에너지 비용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한편, 유럽연합(EU) 내에서는 에너지 안보를 위해 LNG 터미널 및 인프라 확충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새로운 인프라가 가동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사이에 겨울철 혹한이나 공급 차질이 발생하면, 유럽은 LNG 수입 경쟁에서 뒤처지며 에너지 위기를 맞이할 가능성이 있다
유럽 천연가스 가격 전망
유럽 천연가스 공급은 전체적으로 큰 차질이 없는 상황이나 최근의 가격 상승은 공급리스크에 대한 유럽의 취약성을 시사한다.
성수기인 겨울철 날씨와 공급 리스크가 결부될 경우 가격 급등세가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곤란해 보인다.
전반적인 유럽의 천연가스 수급은 견조한 공급과 부진한 수요로 양호한 상황이나, 시장에서는 공급차질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
유럽은 러-우 전쟁 이후 가스 도입선을 다변화 했으며, 수요는 산업ㆍ주거ㆍ상업 등 모든 부문에서 부진했다.
이에 따라 EU는 예정보다 이른 시점에 가스 재고율 목표치인 90%를 달성(9.9일 기준 93.09%)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공급이 추가로 끊길 가능성, 최대 공급국인 노르웨이는 유지보수가 장기화될 가능성 , 또다른 공급국인 알제리와 리비아는 정정불안에 노출되어 있는 등 돌발적인 공급차질 위험이 상존한다.
유럽의 천연가스 수요가 연중 최대로 증가하는 겨울철 날씨가 변수다.
시장에서는 최근 2년과 같이 겨울철 날씨가 온난할 경우 가격이 €35 내외에서 안정될 수 있으나, 혹한 발생 또는 지정학적 불안 확대 시 지금보다 50% 이상 상승할 수 있다고 평가된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라니냐가 올해 10월에 시작해 내년 2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라니냐 하에서의 유럽 겨울 기온은 평년보다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겨울 기온이 평년 대비 크게 하락할 경우 유럽의 난방 수요가 대폭 증가하면서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60~80/MWh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겠다.
25년부터 우크라이나를 통한 러시아산 가스 공급이 중단될 경우, 전세계적으로 LNG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천연가스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글로벌 LNG 수요는 늘어나는 가운데 공급 능력 확충은 예정보다 지연될 것으로 보여 내년 세계 수급여건이 타이트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럽이 LNG 확보 경쟁에 나설 경우 글로벌 수급압박이 심화되고 가스 가격 상승세도 강화될 소지가 있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