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AI 및 반도체 주식이 7 월 중순부터 가파른 조정을 보인 후 일부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주가 급락을 야기했던 요인들을 진단하고 향후 주가에 미칠 영향을 검토해보고자 한다.
AI 및 반도체 기업 주가 현황
AI 및 반도체 기업 주가가 여전히 뜨겁다. 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AI 산업에 대한 낙관적 전망과 AI 데이터센터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시장 기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AI 클라우드 서비스 회사(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AI 반도체 회사(엔비디아,TSMC, ASML 등) 등이 큰 폭의 주가 상승을 보였다.
7/10일 고점 전까지 미국에 상장된 AI 주식(UBS AI Winners Index)은 연간 56%,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41% 상승했으며 엔비디아는 172% 상승했다.
이에 수년간 지속된 주가 상승으로 ▲밸류에이션 조정 압력이 누증된 상태에서, 7/10일 이후 ▲AI 투자사이클 정점 우려, ▲미국 정부의 대중 반도체 제재 강화 움직임 등이 불거지며 주가 하락이 시작되었다.
7/10일 이후 8/7일 저점까지 AI 주식은 22%, 반도체 주식은 25% 하락. 개별 기업은 대략 15~35% 하락했다.
8/15일 현재 주가 반등폭이 전체 하락폭의 약 40%에 달하면서 급매(sell-off) 국면은 마무리된 것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주식시장의 향방에 있어 AI·반도체 섹터의 흐름이 관건인 만큼 최근 주가 조정의 트리거가 된 이슈들을 검토할 필요가 있겠다.

AI 및 반도체 기업 주요 이슈
① AI 투자사이클 정점 우려
앞으로도 AI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면서 수익화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투자사이클 정점이 앞당겨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2분기 실적은 양호 >
대다수 AI·반도체 회사의 2분기 실적이 이전보다 개선되었으며 시장 예상도 상회했다. 3분기 가이던스도 대체로 시장 기대와 부합하는 수준이다.
일부 기업의 특정 사업부문 실적이 시장 기대를 하회하는 경우도 일부 있었으나 전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
주가 하락 국면에서도 2분기 어닝시즌 동안 기업들의 24년 및 25년 실적 전망은 일부 반도체 장비회사들을 제외하면 대체로 상향 조정되었다.

< AI Capex 과잉 우려 >
AI 클라우드 회사들의 공격적인 인프라 투자가 계속됨에 따라 일부에서는 투하 자본 대비 낮은 수익성이 장기화(ROIC 부진)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현재 AI 산업은 클라우드 회사(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들이 AI 플랫폼 장악을 위해 서버/데이터센터 등 인프라에 경쟁적으로 투자하는 단계이며, 인프라의 핵심 요소는 고성능 반도체이다.
이에 따라 반도체 기업(엔비디아, TSMC, ASML 등)들은 현재 대규모 수익을 창출했다.
반면, 클라우드 회사들의 AI 매출은 전방 산업(AI 응용서비스 개발)의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투자 금액에 비하면 아직 낮은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라우드 회사들은 AI 인프라 투자규모를 꾸준히 늘려나갈 계획을 갖고 있다.
4개 클라우드 기업들의 Capex 규모는 24년 1,500억달러에서 25년 2,000억달러(+30%)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의 수익성이 낮은 상황에서도 AI 클라우드 회사들이 투자를 확대하는 이유는 AI 플랫폼 경쟁의 결과가 향후 중장기 수익을 좌우할 결정적 요소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혁신 산업 발전 과정에서 ‘先투자 後수익화’는 일반적인 사이클이며, 아직 수익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만큼 충분한 AI 인프라가 마련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규모 Capex에 대한 시장 우려는 AI 산업 수익화에 대한 전망이 악화되었기보다, 높은 주가에 대한 부담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 AI 정점 우려 해소는 시기상조 >
AI Capex 과잉 및 수익화 우려가 완화되기 위해서는 전방 산업인 AI 응용서비스 개발 수요가 확대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가파르게 증가하는 AI 인프라 투자에 비해 이를 이용하는 AI 응용서비스 개발 수요는 완만하게 증가하고 있다.
이는 최종 소비자인 기업/개인들의 AI 수용(adoption)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AI 탑재 제품(PC/스마트폰 등) 출시 등 AI 응용서비스 수요가 꾸준히 증가한다면 과잉투자 우려도 완화될 것이다.
제2의 ChatGPT와 같은 혁신적인 서비스(killer application) 출시도 중요하다.
전방 수요의 확대 없이는 어닝시즌마다 AI 투자사이클 정점 우려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②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 강화
최근 바이든 정부가 대중 반도체 제재를 추가 강화할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반도체 기업의 매출 감소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
< 대중 반도체 제재 현황 >
미국은 트럼프 정부의 19년 화웨이 제재를 시작으로 22년 바이든 정부의 반도체지원법 및 수출 통제 등 일련의 조치를 통해 중국이 첨단 반도체를 수입하거나 자체 생산 역량을 확충하는 것을 억제하고 있다.
현재 미국 반도체 기업들은 고성능 AI 반도체(엔비디아) 및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장비(AMAT, 램리서치 등)를 중국에 수출하려면 미국 정부의 허가가 필요하다.
대만 TSMC, 네덜란드 ASML, 일본 도쿄일렉트론 등 미국 외 반도체 장비 회사들도 미국 정부의 요구에 따라 유사한 수출 통제 조치를 적용 중이다.
< 반도체 회사에게 중국은 여전히 중요>
미국 제재에 대응하여 중국이 독자적 반도체 공급망 구축에 나서면서 미국 제재를 위반하지 않는 레거시 반도체용 장비 수입이 크게 증가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 장비회사들의 중국 매출은 제재 이전보다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글로벌 상위 5개 반도체 장비회사들의 중국 매출 비중은 제재 이전인 21년에 30% 내외였으나, 24년 1분기 현재 45% 내외이다.
특히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ASML은 제재 대상이 아닌 DUV(심자외선) 장비 수출이 급증하면서 `24년 1분기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49%로 증가했다.

< 바이든 정부의 추가 반도체 수출 통제 움직임 >
22.10년 1차 수출 통제, 23.10월 2차 수출 통제에 이어 조만간 3차 수출 통제가 발표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글로벌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매출 감소 우려가 부상되고 있다.
그동안의 대중 반도체 제재에도 불구하고 화웨이(반도체 설계), SMIC(파운드리), YMTC(낸드), CXMT(D램) 등 중국 기업들이 첨단 공정에 근접하는 성과를 내면서 기존의 제재가 불충분하다는 평가가 제기되었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을 적용하여 미국 밖에서 외국기업이 생산한 제품이더라도 미국의 기술이 사용되었을 경우 대중 수출이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AI 용 메모리반도체인 HBM 수출도 금지될 가능성이 있다.
지금은 미국 중심의 AI 투자 수요만으로 첨단 반도체 공급을 전부 흡수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에 당장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예상이 다수이다.
다만, 기존 중국 매출이 어느 정도 타격을 받는 것은 불가피하다.
미국 대선 이후 대중 제재의 수위가 더욱 강화될 수 있어 중장기적으로 반도체 회사 실적의 잠재적 리스크로 지속될 전망이다.
③ 주가 밸류에이션 타당성
최근 주가 하락 전까지 장기간의 주가 상승으로 AI·반도체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이 크게 높아진 상태였으며 현재는 밸류에이션 부담 일부 해소되었다.
< 누적된 밸류에이션 부담 >
AI·반도체 주가는 `22말부터 큰 폭의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주가 과열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었던 상황이다.
AI·반도체 기업들의 실적증가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더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P/E 밸류에이션은 역사적으로나 시장대비로나 닷컴버블 이후 가장 높았던 수준이다.
< 밸류에이션 우려 일부 해소 >
최근 주가 조정 국면에서 실적 전망이 오히려 소폭 상향되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완화되었다.
미국 AI 주식의 P/E(12개월 예상 EPS 기준)는 조정 전 35배 → 8/15일 현재 28배로 하락했다.
시장 대비 밸류에이션 프리미엄(S&P500 P/E 대비)도 60% → 34%로 하락했다.
반도체 주식 P/E는 30배 → 26배, 프리미엄은 39% → 25% 수준이다.

AI 및 반도체 기업 주가 전망
주가 밸류에이션 부담이 일부 완화되면서 AI·반도체 주가의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AI·반도체 업종의 잠재 위험에 대한 시장 경계감은 지속될 전망이다.
최근 주가 하락 국면에서 AI 투자사이클 정점 및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 강화에 대한 우려가 부각되었다.
그러나 기업들의 향후 1~2년 실적전망에 큰 영향이 없음을 고려하면 이번 주가 하락의 주된 원인은 밸류에이션 조정 압력인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해당 이슈는 중장기적인 잠재 위험으로 아직 완전히 해소된 것으로 아니다.
주가 밸류에이션이 다시 높아질 경우 잠재 위험에 대한 시장 경계감도 재차 불거질 수 있음에 유의할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