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ESG 경영 강화, 스코프 3 정보 공시 확대 등의 환경으로 자발적 탄소시장 내 탄소크레딧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다만, 최근 탄소크레딧에 대한 신뢰도 논란이 불거지며 자발적 탄소시장 성장세는 작년 이후 정체 양상을 보이는 중이다.
자발적 탄소시장의 의미와 성장 가능성, 국내 시장의 현황에 대해 살펴보자.
자발적 탄소시장 뜻
그린워싱 논란이 불거진 작년 초 이후 자발적 탄소시장 (Voluntary Carbon Market, VCM)은 혼돈의 시기를 겪고 있다.
2020년대 들어서 파리협약을 기점으로 기존의 규제적 탄소시장을 보완해줄 수 있는 민간 부문의 자발적 탄소시장은 향후 큰 폭의 성장이 예상되었다.
실제로, 2021년 맥킨지는 자발적 탄소시장이 2020년 대비 2030년에 약 15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였고 시장 규모가 50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은 바 있다.
다만, 작년 초 베라의 REDD+논란을 기점으로 최근의 탄소 크레딧 신뢰성 논란은 자발적 탄소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대해 의구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 나타나고 있는 탄소 크레딧과 관련한 무결성 논란은 자발적 탄소시장이 질적으로 성숙하게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저품질 탄소 크레딧의 솎아내기 과정이 완료된 이후 자발적 탄소시장의 성장세는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판단된다.
먼저, 탄소시장은 크게 정부 주도의 규제적 탄소시장(Compliance Carbon Market, CCM)과 민간 주도의 자발적 탄소시장(Voluntary Carbon Market, VCM)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전자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달성하기 위해 정부가 정한 할당량을 배출권 거래 시장에서 거래하는 탄소시장이다.
반면, 후자는 개인, 기업, 정부 그리고 NGO 등이 탄소 감축 책임을 지기 위해 자발적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획득한 감축 실적을 탄소 크레딧 형태로 거래하는 탄소시장이다.
즉, 가장 큰 차이점은 규제적 탄소시장은 규제 대상 기업이 허용량 준수를 위해 배출권 시장 내에 편입되어 있는 반면, 자발적 탄소시장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참여자가 사회적 책임 및 탄소 중립을 위해 크레딧을 거래하는 시장이라는 점이다.

자발적 탄소시장 운영 메커니즘
규제적 탄소시장은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도입 및 운영되고 있으며 2022년 기준 약 126.5조원의 시장 규모를 가졌다.
반면, 자발적 탄소시장은 약 2.5조원 규모로 규제적 탄소시장의 약 2% 정도에 불과하다.
다만, 정부 주도의 규제적 탄소시장 내 감축 할당량만으로는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한계가 있고 정부 재정 부담이 가중되는 문제점이 있다.
이에 민간 주도의 탄소 저감 메커니즘인 자발적 탄소시장은 규제 밖 기업들도 자율적으로 참여할 수가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또한, 최근 기업들은 ESG 강화, 스코프 3 정보 공시 확대를 요구받고 있는 상황에서 자발적으로 탄소감축 인증 및 탄소크레딧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초대형 기업들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탄소크레딧을 대거 매입하고 실정이다.
자발적 탄소시장 메커니즘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온실가스 감축(혹은 제거) 프로젝트를 설계 및 이행한 이후 이를 국가기관 혹은 제3의 기관이 승인하여 탄소 크레딧을 발급한 다음 이를 최종 구매자에게 판매하는 시스템이다.
이처럼, 민간 온실가스 감축 프로젝트 중심의 자발적 탄소시장 내에는 다양한 플레이어가 존재하고 이는 공급 측면과 수요 측면으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공급 측면부터 살펴보면, VCM 프로젝트 개발자는 최초로 온실가스 감축 및 제거 프로젝트를 설계하고 이행하여 탄소크레딧 생성을 목적으로 하는 참여 주체이다.
또한, 탄소 오프셋 방법론을 세우고 프로젝트를 검증하는 표준인증 기관도 존재한다.
해당 기관 자체적으로 수립된 표준을 바탕으로 탄소 크레딧 프로젝트의 신뢰성을 검증하고, 등록부(Registry)를 운영하며 탄소크레딧의 발행, 거래, 소각의 과정을 추적한다.
자발적 탄소시장 내 대표적인 표준 기관은 베라(VCS), 골드스탠다드(Gold Standard), ACR, CAR 등이 있다.
그 외에 판매자와 크레딧 구매자 간 거래를 돕는 브로커(중개기관), 탄소 상쇄 프로젝트의 등급을 매기는 평가기관, 탄소 크레딧 거래 플랫폼, 정부 혹은 기타 기관 등이 참여한다.
한편, 탄소 크레딧의 수요처는 최종 구매자를 의미하며 글로벌 기업, 개인, 투자자, 정부 및 NGO가 탄소중립 달성, 평판도 제고 등 다양한 목적을 위해 탄소 크레딧을 구매한다.

자발적 탄소시장 동향
글로벌 자발적 탄소시장의 동향
탄소중립을 선언하는 글로벌 기업들이의 증가, 탄소 감축 수요가 증대, 파리협약에 따른 국제탄소시장 개화 가능성 등의 요인으로 인해 민간 부문의 자발적 탄소 시장은 2021년부터 급격하게 성장하였다.
실제로, Ecosystem Marketplace에서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전체 VCM 시장규모(거래물량x가격)은 2021년에 21억 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2021년 자발적 탄소시장 규모가 정점을 찍은 이후 탄소 크레딧에 대한 그린워싱 논란이 불거지며 2023년까지 2년 연속 감소했으며, 지난해 자발적 탄소시장 시장 규모는 7.23억 달러로 전년 대비 약 61% 감소하였다.
전체 자발적 탄소시장의 성장세는 정체된 흐름을 보였지만, 세부 프로젝트별로는 차별화된 흐름을 보였다.
먼저 자발적 탄소시장 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산림&토지 이용 부문은 REDD+ 크레딧 거래량이 감소함에 따라 전년대비 62% 규모가 하락하였다.
또한 두번째로 큰 재생에너지 부문도 전년대비 71% 규모가 급감하였다.
특히, 공급 측면에서 자연기반 솔루션(Nature-Based Solution, NBS)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산림&토지 이용과 관련한 프로젝트의 신뢰성이 확보되는 것이 자발적 탄소시장의 성장을 위해 급선무이다.
자연기반 솔루션(NBS)이란 개발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환경보호와 복원을 통해 인류에 의해 손상받은 사회적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뜻한다.
COP27에서 최초로 NBS가 언급된 이후 자발적 탄소시장 내에서도 NBS 프로젝트를 통한 탄소 크레딧이 대규모로 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자연 기반 프로젝트의 효과성 입증과 무결성 확보가 전체 자발적 탄소시장의 향후 주요 과제가 될 것이다.
한편, 에너지효율/연료전환과 농업, 가정/지역사회 기기 등의 프로젝트에 기반한 탄소크레딧은 전년대비 오히려 거래량이 증가하였다.
특히, 주목할만한 점은 가정/지역사회기기 프로젝트이다.
가정/지역사회기기의 신규 프로젝트는 2023년 329건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약 81% 상승하였고, 발행량도 전년 대비 약 122% 상승하였다.
가정용 프로젝트 내에서는 쿡스토브 활동이 전체 크레딧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이는 올해 상반기까지 상승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자발적 탄소시장의 현주소
미국, 싱가포르 등 자발적 탄소시장이 발전한 국가와 비교해서 국내 자발적 탄소시장은 비교적 최근에 와서야 태동하고 있는 단계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는 구조적인 측면에서 탄소배출 감축이 어려운 산업의 비중이 높은 국가이다.
이에 따라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달성하기 위해서 해외 감축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간접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
실제로, 한국의 2030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살펴보면 국외감축분 3,750만 톤이 할당됨에 따라 국제감축 사업을 통한 국외감축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에 국내에서도 자발적 탄소시장에 대한 도입에 대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지난해 1월 대한상공회의소는 국내 탄소감축 인증 관련 표준을 마련하기 위해 탄소감축인증센터를 발족했다.
동센터는 탄소크레딧에 대한 신뢰도 제고와 객관성 확보를 위해 독립 거버넌스 체제로 운영되며 이를 위해 운영위원회와 인증위원회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CORISA 등 국제 기준에 등록하여 탄소 크레딧의 신뢰도를 보장하기 위한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올해 3월 자발적 탄소시장을 활성화하고 규제적 탄소시장을 지원하기 위한 국내 자발적탄소시장 연합회(VCMC)가 출범하기도 하였다.
이처럼, 국내에서도 점진적으로 자발적 탄소시장에 대한 인프라 개선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도 태동하고 있는 국내 자발적 탄소시장의 잠재력에 주목하여 참여도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먼저, 현재 9 개의 증권사가 ‘자발적 탄소배출권에 대한 자기매매 및 장외거래 중개 업무’를 부수업무로 보고하였다.
또한, 주요 증권사를 중심으로 탄소금융 전문팀 신설, 해외 인증기관으로부터 인정받은 프로젝트의 탄소배출권 획득, 외부 국제 감축 사업 등 다양한 측면에서 자발적 탄소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아직까지 유의미한 수익성을 보이는 단계는 아니지만 자발적 탄소시장의 성장 경로가 유효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금융업의 자발적 탄소시장의 참여도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추가적으로 올 하반기 국내 4차배출권 거래제 기본계획 발표 등 규제적 탄소시장 내에서도 정부 주도하에 본격적인 배출권 활성화 정책이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규제적 탄소시장과 자발적 탄소시장의 연계 가능성도 감안해본다면 올 하반기 탄소시장의 움직임에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자발적 탄소시장 성장가능성
한편, 올 하반기 자발적 탄소시장의 성장과 직결되는 요인은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국제 탄소시장 개설에 대한 논의이다.
유엔 주도 하에 국제적 탄소시장이 개설된다면 자발적 탄소시장의 활성화가 속도를 내고 기후 투자 재원의 확대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탄소시장 개설의 기반이 마련된 시점은 지난 2021년 COP26에서 제 6.2조와 제6.4조의 세부 이행규칙이 제정되고 나서부터였다.
파리협정의 제6.2조인 협력적 접근법은 당사국 간 자발적 감축협력 활동을 통해 감축실적을 자국 국가 NDC 이행에 사용하는 체계이다.
제6.4조인 지속가능 발전 메커니즘은 COP에서 지정한 감독기구를 중심으로 중앙집권적 운영 구조를 갖는 메커니즘이다.
이 같은 파리협정 내 국제탄소시장 메커니즘 신설이 합의됨에 따라 국제 탄소시장 출범에 대한 기대감이 부각되었었다.
다만 지난해 말에 개막한 COP28에서는 비시장 기반 안건인 제6.8조를 제외하고 당사국들의 의견차이로 인해 국제탄소시장 개설을 위한 파리협정 제 6조 기술지침 합의안이 채택되지 못해 국제 탄소시장 신설이 끝내 불발되었다.
환경부에 따르면 세부적으로 당사국 간 이견 차이가 있던 쟁점은 6.2조의 감축 실적 승인 절차를 얼마나 구체화시키느냐였다.
또한, 6.2조에서는 탄소 흡수원에 대한 감독기구의 권고안 채택에 반대한 국가도 있었다고 밝혔다.
이와 같이 국제탄소시장 개설과 관련된 논의는 올해 말에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리는 COP29에서 주요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금번 COP29 에서 국제 탄소시장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제거된다면 자발적 탄소시장의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 및 재성장에 대한 기반
이 마련될 수 있기 때문에 올 하반기 주목해야할 이벤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