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레거시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의 경쟁력이 강화되며 미국에게도 위협이 되고 있다. 이에 미국을 중심으로 중국의 레거시 반도체 무기화를 우려한 제재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레거시 반도체는 무엇이며 왜 미국은 중국의 레거시 반도체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가하는 것일까
레거시 반도체 정의 및 중요성
레거시 반도체 의미는 28 나노미터 이상의 공정을 통해 생산된 반도체로, 일반적으로 첨단 반도체와 대조되는 구형의 범용 반도체를 가리킨다.
그간 반도체 산업에서의 경쟁은 소위 7, 10나노 이하의 미세 공정을 통해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 방점이 있었으나, 코로나19 당시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가 전 세계 자동차 산업에 타격을 미치면서 레거시 반도체를 비롯한 범용 부품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레거시 반도체는 자동차 뿐만 아니라 항공, 가전, 통신, 전자기기, 의료기기 등 다양한 분야에 널리 쓰이며 산업의 근간이 되고 있다.
군사 시스템에서도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어 국가 안보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또한 레거시 반도체는 전 세계 반도체 매출에서 여전히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등 반도체 기업에 있어서도 중요한 수익 기반 중 하나이다.

중국의 레거시 반도체 경쟁력 강화
최근 레거시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의 경쟁력 강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기존에 중국은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끌어올리고 2030년까지 반도체 산업을 세계 선진 수준으로 도약시킬 것을 선언했다.
미국의 제재로 첨단 반도체 장비에 대한 접근이 차단되면서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차질이 빚어졌다.
네덜란드 ASML사의 EUV 장비를 단 한 대도 공급받지 못했으며, 중국의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미국의 수출 통제 리스트에 오르면서 반도체 장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제재 대상이 아닌 범용의 레거시 반도체의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확대했다.
첨단 장비 조달이 제한된 상황에서도 중국은 전 세계 반도체 신규 투자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막대한 투자를 지속했다.
대규모 투자에 힘입어 전 세계 반도체 공급에서 중국의 입지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28나노 이상의 레거시 반도체에서의 중국의 생산능력 비중이 2027년 32%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중국 레거시 반도체에 대한 제재 움직임
향후 레거시 반도체에서 대중국 의존도 상승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중국의 레거시 반도체 무기화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하원 중국 특위는 중국이 레거시 반도체 시장을 장악할 경우 미국의 군사 능력이 중국에 의존하게 될 수 있음을 경고하며 레거시 반도체 분야에서 대중국 제재를 강조했다.
이에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제재 범위는 레거시 분야까지 확장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존에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제재 조치는 극자외선 노광장비(EUV) 등 첨단 부분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러나 2023년부터 미국이 네덜란드 ASML사에 EUV 장비보다 한 단계 사양이 낮은 심자외선 노광장비(DUV)까지 대중국 수출 통제를 요구했다.
2024년에는 네덜란드와 일본을 넘어 한국에게까지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에 동참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2024년 1월 미국 내 기업을 대상으로 중국산 레거시 반도체의 조달 현황을 알아보기 위한 공급망 조사를 착수하는 등 첨단 반도체에 이어 레거시 분야에서까지 대중국 귲베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레거시 반도체에서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을 문제 삼으며 EU와 일본 등 동맹국과 공동 대응을 논의하기도 했다.

레거시 반도체에 대한 지원 경쟁 격화
중국 외에도 각국이 자국 내 반도체 생산능력 확장을 위해 대규모 지원 정책을 펼치는 가운데 레거시 반도체에 대한 지원도 늘어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22년 발효된 반도체와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에서 반도체 설비 지원으로 책정된 390억 달러 예산 가운데 레거시 반도체에 대한 용도로 20억 달러를 배정하였다.
추가로 동일한 법에 따라 지원금 대상으로 발표된 기업 중 최초 3개 기업이 구형의 레거시 반도체를 생산하는 업체로 지목되었다.
일본 정부도 과거의 반도체 위상을 되찾기 위해 투자금의 3분의 1까지 보조금을 지원하는 대규모 지원책을 벌이고 있다.
이에 힘입어 TSMC는 2건의 대규모 투자 건을 발표했으며, 2024년 개소한 1공장에서는 12-28 나노의 중간 사양 반도체가 생산될 예정이다.
그 외에 대만의 PSMC와 일본의 도시바도 자동차용 반도체 공장 투자를 발표했다.
EU도 반도체 지원을 위해 EU 반도체법을 발효했으며, 특히 독일은 EU 반도체법과 별도로 보조금 정책을 펼치며 인텔과 TSM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투자를 유인하고 있다.

한국, 레거시 반도체 산업 육성 필요
레거시 반도체가 가지는 특성상 비용과 편익 고려 시 개별 기업 차원에서 설비를 확장하는데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 반도체와 달리 수익률이 높지 않아 신규 투자 유인이 크지 않은데다, 최근에는 중국 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어 과잉생산이 우려되는 상황 하에 국내 기업들이 쉽게 투자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미국과 일본, EU 등 주요국에서도 레거시 반도체를 특정한 것은 아니지만 반도체 지원법을 제정하여 동법 하에 레거시 설비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다수 발표하고 있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우려가 있다.
레거시 반도체는 높은 기술 수준을 요구하지는 않지만, 코로나 팬데믹 당시 자동차용 반도체나 중국 와이어링 하네스 공급 중단응로 국내 자동차 생산이 차질을 빚었던 것처럼 범용 부품이라도 해외 의존이 과도할 경우 상당한 파급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우리나라도 국내 수요에 맞춰 레거시 반도체 산업 육성과 안정적인 해외 조달처 확보 등 장기적인 대응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